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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섬으로 산다는 것은

20대 후반의 고민 - 안정 vs 자유

 

20대에는 '개성있는 삶을 살 것인지, 보편적인 삶을 살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맞는 말이다.

 

작년 하반기에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지금까지,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전에 완전히 정체되고 억눌렸었던 것에 대해 마치 화산폭발하듯,

'움직임'이 있으니 새로운 아이디어와 생각들이 마구 떠올랐다.

인간은 동물이다. 움직이는 것은 두뇌를 활성화시키고 생각을 나게 한다.

 

에세이 출판/굿즈 출시/스토어팜/유튜브/전자책 까지.

하고 싶은 게 이것저것 쌓여 있었지만,

또 무인창업/이모티콘/작사/사진 배우기와 사진 판매 같은 것들도 하고 싶어졌다.

물론 남들이 다 하는 방식 말고 내가 생각한 방식으로.

그리고 타로점 보는 법과 주파수 만들기도 배우고 싶다. 순전히 취미로.^^

 

 

처음 창업을 했을 때는 순전히 분노게이지 300% 때문에 홧김에 한 것이었고,

이후에 작게나마 고정적인 매출이 나오면서는,

적어도 그동안 생각만 하고 하지 못했던 '하고 싶은 일'들을 청산한 뒤에 취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불꽃 같은 사람이라, 직장을 다니면서 그 일에 내 두뇌영역의 100%를 쏟는 게 아니라 '이런저런 딴주머니를 찰 수는 없을 거라' 생각했다.

취업을 한다면 하고싶었던 일들은 그냥 다 무기한 미뤄지는 것이다.

그렇게 매일 생각과 향하는 발걸음이 다른 직장인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하고싶은 일을 할 시간을 내었어도

감정적인 벽에 부딪혀 또다시 미뤄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내가 생각했던 방향성이나 결과물을 얻지 못할 것 같아서 제껴두기도 했다.

나는 하루에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이런저런 창업에 관련된 정보를 팔로우업하면서

하나의 몸으로 이렇게 다양한 관심사를 소화해내기 벅차하고 있는데

부모님은 아직도 진지하게 취업 준비 하라고 이야길 하신다. .

 

 

불안

실은 나 자신도 아직 고민하고 있다.

20대 후반, 정말 인생이 갈릴 수 있는.. '선택의 마지막 벼랑'에서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들만 그때그때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맞는지,

이렇게 살아도 돈이 되고 생활이 된다는 것을 분명스럽게도 알고 있으며 경험하며 매일 느끼고 있지만,

지금이 아닌 미래에..

30대 40대가 되어 친구들이 승진을 하고

모솔이던 친구들이 결혼을 하게 되는 그 때가 와도

내가 혼자서 충분하게 벌 수 있을까?

매일 일거리를 찾아 하는 삶에 지치지 않고 나만의 페이스를 유지해나갈 수 있을까?

평생 '남들같은' '평범한' '보편적인' 이라는 것들. 남이 세운 기준은 무시하고 살았지만,

한가지 히트상품을 내지 않은 브랜드를 아무도 모르는 것처럼.. 

직업적으로 '무언가'.로 정의되지 않는 나를 주위에서는 그냥 반백수쯤으로 보거나 심지어는 불쌍해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한국 회사에는 애초에 관심이 별로 없었고,

내가 바라던 회사들은 나에게 관심이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연령적 기준이 허용될 때에

남들과 같은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스멀스멀 올라온다.

낮에는 여유롭게 삶을 만끽하고 매일매일의 task를 해나가고 있지만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있으면 매일 불안이란 놈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나도 결혼이란걸 할 수 있을까?'

'가족들과 함께하려면 한국에서 사는 게 맞는 거 아닐까?'

'이제는 내가 미국에 가 봤자 그렇게 갈망하던 누군가들이 그곳에 없는데 의미가 있을까?'

'언제까지 이렇게 사람들과 접촉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이렇게 살다가 그냥저냥 한국에서 돈도 못벌고 살아가는 건 아닐까?'

 

나이가 들수록 더 성숙해지지만 반대로 또 요상하게 애인에게 점점 더 대접을 못 받는 것처럼

취업시장에서도 그렇다 ㅎㅎ

정말 솔직하게,

어떤 관계든 실제로 나를 만나 본 사람 중에 내게 NO를 외친 경우는 없었다.

나를 면접에 부른 회사 중에 뽑지 않은 곳은 1군데 뿐이었고 거기서도 실무자는 흡족해하셨다..; 

광고를 진행하고 있는 소규모 업체 사장님은 올 6월에 채용을 진행할건데 같이 일하고 싶다고 어필도 하셨다..

지금은 취업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서로의 핏에 맞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안 하는 거지만

그럼에도 20대 끝자락에 가까워질수록 이제는 내리막길을 넘어 막힌 길밖에 안 나오는 거 아닌가라는 불안함이 밑도끝도없이 생긴다. 그때가 되면 누가 나를 면접에 불러 주지도 않을 거라는 압박감.

내가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하였고 실질적으로 회사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보다,

차라리 잘 모르더라도 위에서 내려오는 오더를 군말없이 잘 따를 수 있는가와 성실함,

어리고 팔팔한 마인드 같은 것들이 훨씬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냥 부리기 쉽고 성실한 사람,

대기업이나 글로벌 그룹사에서는 어느정도 회사 이미지에 맞는 클라스 갖춘 사람 뽑는 거 같다.

쓸데없이 이것저것 경험 쌓아 봤자 왠만한 회사에서는 오히려 부담스러워하거나

이력상의 꾸준함이 없다며 안 뽑는 현실이고,

나같은 경우는 모든 경험이 다 온라인창업과 관련된 경험이기 때문에 그런 것을 경험이랍시고 썼다가는 '뽑아두면 창업 하겠지' 라며 똑 떨어뜨릴 것 같아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경험이 거의 없다고 생각된다.

대기업이나 글로벌회사는 당연히 월매출 몇백 정도 스토어팜 운영해보고 이런저런 자잘한 온라인 판매 했던걸론 그 '이미지'가 소규모 자영업자스러워서 안될거고.

아, 꼰대스러운 짓 하지 말아야지. 

뭐가 어떻고 저떻고 환경적인 부분에 대해서 내가 겪은 일부분으로 일반화 시키고 단정짓지 말자..!

 

 

 

나는 스토어팜에서 해외구매대행업을 하고 있고,

느끼는 한계점이 있어서 집에 있는 새 물건 처분할 겸 가족 명의로 두번째 스토어를 열었다.

세컨 스토어는 국내배송만 하는 스토어인데

해외구매대행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처음 스토어팜으로 물건을 팔아보면서 내가 잡았던 컨셉이 좋아서

그 컨셉으로 꾸준히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소식받기 고객을 늘리고 팬층을 확보해나가는 재미가 있어서

마치 게임 캐릭터 키우는 것처럼 키우는 맛이 있다..!

 

5월에는 세컨 스토어에서 매출이 크게 늘었고

인플루언서로 계약을 맺고 광고를 진행하고 있는데다

가정의달로 챙겨야 할 것들도 있고 극악무도한 치과치료도 있었으며 

종합소득세 신고와 그간 밀린 장부정리도 해보아야 했기에 

취업준비를 한다하더라도 5월에는 뭔가를 못 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드물게 찾아온 기회

그런데 너무 바쁜 와중에도 정말 구성원들 인품과 분위기가 좋아 보이는 회사 공고가 나와서, 

'여기라면 당장 들어가도 정말 좋을 것 같다' 싶어 존경의 마음을 담아 열심히 지원서를 작성했는데

시간에 쫓겨 작성하던 중 제출을 늦게 해버리는 사태도 일어났다..ㅜ

정말 오랜만에 '여기라면 들어가도 좋겠다'는 회사 공고를 발견한거였고

엄밀히 따지자면 이미 3가지 일을 하는 와중에 힘들게 지원을 한 거였는데 기회가 날아가서

너무너무 속상한 마음이 들었다. 약간은 억울하기도 했고.

자필로 편지를 써서 죄송하다고 회사에 찾아가기라도 해야 하나 별생각을 다 했었다.

요즘은 오히려 전통적으로 알려진 좋은 회사에서 스펙보다는 지원자 본인의 경험과 재주를 보겠다는 태도로 채용방식을 바꾸는 것을 자주 목격하는데, 그런 케이스였어서 너무 아쉽다.

하반기에도 채용을 진행한다면 이 곳은 꼭 지원해보고 싶다.

내가 노마드 라이프스타일을 시작한 이유는 이민을 가고 싶어서였고,

이민을 가고 싶은 이유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이고 싶어서'였기 때문에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이민을 가지 못하더라도 그곳에 가고 싶은 이유가 충분하다.

 

 

그 기회는 놓쳤지만,

좋은 기회라는게 좋은 공고라는게 정말 드물게 찾아오는 것이기에

특정 타입 공고를 알려주는 단톡방에 들어가있다...

보내오는 내용들을 보면 이런저런 이유로 사실 내가 볼만한 게 하나도 없는데도

그냥 뿌득뿌득 나오지는 않고 들어가 있다.

 

 

그리고 온라인 판매 경험을 살릴 수 있으며 이전 경력과 관련이 있는 직무로

또다른 공고가 올라왔는데

영어점수가 만료되어 내일 영어시험을 접수해 두었다..

정말 모르겠다. 이렇게 흐물흐물 확신 없이 이다리 저다리 다 걸쳐 두는 게 맞는 건지..

나와 잘 맞지 않을 것 같은 회사인데 또 직무는 잘 맞는 직무라서,

연봉이 괜찮아서, 워라밸이 괜찮아서, 위치가 괜찮아서 등등

뭐든 한쪽으로라도 결정을 하고 틀린 결정이라도 그렇게 추진해나가면 그에 맞는 결과가 따라온다고

일이 결정 안 되는 이전직장에서 내가 늘 생각했던 것인데,

실제 내 개인적인 결정은 이런저런 이유로 자꾸 발목을 붙잡히게 된다.

그것이 기분이 참 좋지 않다.

나에 대해 자신있는 것처럼, 내 앞날의 결정에 대해서도 자신있었으면 좋겠다.

영어 시험은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 보러 갈 지 말 지 모르겠다.

그래도 기회가 있을 때 지원이라도 해 놔야 후회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ㅜ

 

 

 

코로롱이 불러온 생각 전환 : 가족과 국가관

철저한 마이웨이를 가지 못하고 그렇게 발목을 붙잡히게 된 데는 배경이 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코로롱이 내 가치관에 어떤 변화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백수로 지낼 때에는 원래 집에 갇혀 지냈었고

코로롱 시국을 지나보내면서는 밖에 나갈 필요 없이 노트북으로 모든 일을 하니

자연스럽게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특히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무척 늘어났는데..

20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벗어나야 할 굴레처럼 느껴졌던 가족의 개념을 완전히 깨부수고

이젠 내가 우리 가족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엄마와 그동안의 서운했던 것들을 풀고 다 잊어버리고 정말 보통의 엄마처럼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일까.

요즘은 그냥 뭘 하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소소한 시간이 즐겁고

어딜 가더라도 친구들보다는 가족들과 함께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언제나 미국을 향해 글로벌을 향해 있었던 나의 장황한 인생 계획은

갈대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가 싫어하는 태도를 지닌 사람들, 받아들이기 싫은 사람들이랑 벽 치고 살아간다면

이렇게 가족들이랑 함께하고 앞으로는 자주 교류할 사람도 전부 내가 골라서 만난다면

어쩌면 한국에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모국이어서 하는 소리가 아니고 실은 진짜로 한국이 세상에서 제일 살기 좋은 나라더라.

이렇게 편하고 맛있는 거 많고 중산층이 살기 좋은 나라가 또 없지.

미국에서 살 때에 실질적으로 모든 것이 불편했던 게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리고 현 시국 때문에 정부지원, 시에서의 지원도 받으면서

( 20대 청년창업가라고 공유오피스를 무료로 1년간 임대받았다 ) 

무정부주의자였던 내가 정부에 대한 감사함마저 느끼게 된 요즘이다.

나중에 세금으로 갚고 어쩌고 하더라도

어쨌거나 힘들 때 도와주고, 창업할 때 도와주는 것은 정말로 감사한 일이고

국민 방역을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고 매일같이 힘쓰는 분들도 계신다.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었더라면 코시국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잘 보내기 힘들었을 거다.

코시국이라 힘들다고들 하는데도

나는 정말로 매일 집에서 맛난 거 먹고 일하는 시간에 비해 많이 벌고 종종 집앞에 경치 좋은 데 산책 나가 힐링도 하면서 잘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