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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파이프라인 이야기

해외구매대행업으로 돈 벌려면 자동등록 하지마라

 

스토어팜 위탁판매와 해외구매대행업 유행의 시작

2년여 전부터 신사임당과 창업다마고치라는 인물을 통해 스토어팜 위탁판매라는 것이 무척 대중적으로,

그 방식도 대대적으로 공개가 되었다. 아마 대부분은 2019년 말에서 2020년 정도에 이런 영상을 처음 접하게 되었을 것이다. 내가 느끼기에는 해외구매대행업이란 것도 그즈음부터 메인디쉬가 된 듯하다. 2018년에 해외구매대행업에 관심이 있어 관련 교육기관 설명회에 참석했었는데, 그때는 은퇴자나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자영업 정도로 소개가 되었었다.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멀쩡한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들도 해외구매대행업을 투잡으로 도전하거나, 아예 전업으로 해서 대박치는 대학생들까지 생겨났다. 이전부터 이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대중적으로 크게 공개가 된 업종은 아니었다.

 

이 두 가지 상품중개업의 가장 큰 메리트는 초기자본이 전혀 들어가지 않아 진입장벽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을 왠만큼 하고 쇼핑을 좀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판매자 역할을 하기에도 큰 어려움 없이 바로 시작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카페24와 같은 통합솔루션은 상품정보를 여러 플랫폼에 한꺼번에 전송(스마트스토어에 올린 상품 상세페이지와 정보를 그대로 G마켓/11번가/쿠팡에) 하고 주문정보 또한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게 해주어 이를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누구나 쉽게 시작한다'는 / 대중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다는 이유로 통합솔루션과 배대지 업체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상품자동수집' 기능을 제공하는 통합서비스도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영업활동을 하게 되었는데..   

 

 

 

수많은 상품자동수집 솔루션. '자동' 또는 '반자동'등록을 가능케 한다.

 

이는 중국 오픈마켓에 등록된 상품정보를 시스템이 그대로 끌어와서 연동된 내 쇼핑몰에 자동으로 등록하여 판매해주는 것이다. 

 

 

필자가 네이버스토어팜에서 해외구매대행업을 처음 시작했을때, 사실 상품셀렉과 상품등록만 해도 벅차서 다른 오픈마켓 플랫폼까지 관리할 여력이 없었다. (저질체력도 한 몫 했다.) 해외구매대행업 정보를 찾던 중 발견한 네이버카페에서 이런 상품자동수집 솔루션 홍보를 접하게 되었고, 수집 뿐만 아니라 매입과 CS까지 알아서 다 해준다고 하여 조금 솔깃했었다. 정말 상품 자동등록으로 연동만 해 두면 아무것도 관리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내가 판매자인데 상품의 등록/판매/cs 어느것에도 관여하지 않으니 명의.대여라고 봐야 할 것이다. 판매 이후 세금신고를 위한 자료까지 정리하여 보내준다는 말은 정말 참여를 부추겼다. 정확히 어떤 자료를 어느정도로 제공해주는지는 몰라도 해당 업체와 연결해준 네이버카페 대표가 사기꾼 같지는 않았기에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 상품자동수집 솔루션 이용 후기

그래서 필자가 직접 운영하는 네이버스토어팜 말고 쿠팡에만 자동수집기능을 이용하여 판매를 해보기로 하였다. 자동이지만 직접 상품을 픽하거나 마진율을 변경하여도 된다고 하여서 처음엔 반자동처럼 사용하였다. 매일 수천개의 상품을 자동수집하여 등록해주는데 그렇다고 해서 나쁜 상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오픈마켓 상세페이지를 랜덤으로 그대로 끌어오면 저작권이나 상표권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중간중간 혹여라도 문제가 발생할 만한 것은 삭제해가면서 관리도 하고, 팔릴만한 상품들로 초이스하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상품픽은 전혀 판매에 관여하지 않는 것 같았다. 20대인 필자는 상품 보는 눈이 좋은 편이라 실제 지인들이 항상 스타일 좋다는 이야기를 하거나 어디서 샀는지를 물어보는 편인데, 얼마간 테스트해본 결과 스타일리쉬한 제품을 고른다고 해서 판매가 되지는 않았다. 수만개의 중국 상품 수집을 하는 만큼 굉장히 랜덤하게 판매가 되었다. '이딴 걸 산다고??'싶은 제품들도 팔리고. 중국인이어야 살 듯한 제품도 팔리고. 한편, 필자가 쿠팡을 (대여) 해주고 받는 마진은 상품판매 후 발생하는 순이익의 10%였다.. 그리고 몇만개가 등록된 데 반해 실제 판매되는 실적은 굉장히 저조했다. 그러니 이런 자동수집을 할 것 같으면 100% 자동으로 남겨두고 최대한 여러 플랫폼에 흩뿌리는 전술을 취해야지 자동수집을 더 잘 팔겠다고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쿠팡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동수집된 상품 (맨 오른쪽 상품)

 

제품명이 이상한 상품은 자동수집상품이라고 보면 된다. (자동수집한다고 해서 전부다 필자처럼 남이 매입하여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상품 등록만 자동으로 하고 직접 처리하는 판매자가 더 많을 것이다.) 

 

 

몇달간 운영했음에도 순이익이 치킨값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은 재차하고, 진짜 문제는 세금신고를 할 때이다. 업체에서는 수많은 업체들을 대상으로 이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장부정리에 헛점이 있을 수 있으며, 업체에서 잘 정리해서 준다하더라도 판매/환불/매입 어떤것에도 내가 개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장부만 전달받아서는 그래서 이게 얼마를 쓰고 얼마를 벌었는지 파악하기가 꽤나 어렵다. 특히 해외구매대행은 {상품판매 매출 - 매입비용 - 해외배송비용 - 플랫폼 수수료 - 결제수수료}로 계산한 최종 순수익이 매출이익이 되는데, 상품중개를 해주고 받는 수수료가 크지 않기에 이 금액으로 세금신고를 하면 쿠팡 같은 유통플랫폼에서 판매자에게 지급한 매출액(세금계산서)을 바탕으로 국세청에 신고한 금액과 다르기 때문에 국세청으로부터 이에 대해 자세히 소명하라는 요청을 자주 받게 된다고 한다. 이 때에는 상품매입과 배송비 지출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세세하게 준비하여 제출하여야 한다.

 

간이사업자는 세금신고시 자료 없이 금액만 간편신고를 하므로 소명자료는 필수가 아니지만 언제든 몇년후에 이러한 소명이 요청될 수 있으니 준비를 해 두어야 한다. 필자는 해당 자동수집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받은 매입 자료가 무척 부실하다고 느꼈다. 상품을 구입한 영수증 또는 매입처로부터 발행된 세금계산서를 가져야 하는데, 제공된 자료는 중국에서 보내온 '엑셀' 자료였다... 또한 서비스 제공업체를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기에 내가 세금신고를 할 때에는 이 자료를 그대로 보내도 항목 오류가 없을 지, 총액은 얼마인지.. 사리분별이 힘겨웠다. 몇만원 되지도 않는 돈 벌려고 막상 부가세, 종합소득세 신고 할 때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자료를 정리하고 계산하는 일을 겪어보니 그야말로 '남 좋은 일 해 주는' 게 이거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또한 홍보한 것과 달리 중국 매입처에 대한 선별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고객 구매 1달 후에 상품 품절로 일방적인 취소를 해버리는 일도 발생했다. 당시에는 고객센터 전화번호를 내 번호로 해 두었기 때문에 그 고객에게 무한 죄송함과 양해를 구하는 것은 내 몫이었다. 너무 죄송해서 하시는 말씀 다 듣고 그냥 심플하게 죄송하다고, 다음에는 이런 일이 없도록 담당자에게 확실하게 전달하겠다고 하니까 내가 여자라서 그냥 cs센터 직원이라 생각하시고 크게 화를 내지는 않으셨다. 자동수집판매를 하면 남이 매입하든 내가 하든 간에 매입처의 신용을 일일히 확인하고 등록할 수 없으므로, 이와 비슷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날 수 있다. 그래서 구매대행업자가 cs에 시달린다고 하는 것 같다. 유행을 타면서 새로 유입된 구매대행업자들은 대부분 포화시장인 미국/유럽상품보다는 중국상품을 취급하는 것 같다. 자동/반자동으로 상품을 판매하려면 판매 계정이 패널티를 받고 판매자 지수에 악영향을 받을 것은 각오하여야 한다. 그러니 자동/반자동 상품을 일반 수동등록상품과 같은 계정에 판매하여서는 안된다.

 

 

역시 남이 해 주는 일은 허상이다. 남이 알려주는 것도 대부분은 공짜로 알려줄 정도로 이미 시장가치가 없는 스킬이거나, 소액만 벌 수 있는 소소한 스킬이다. 실제 돈을 벌어오는 것은 투자다. 구매대행이든, 스토어팜이든, 무조건 투자가 있어야 아웃풋이 있다. 금액적 투자이든, 노력적인 투자이든. '노력'은 상품을 셀렉하고 팔릴만한 상품을 먼저 장악하는 노력을 말하는 것이며, 왠만해서는 금액적 투자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 국내에 전혀 없는 상품이라면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해외배송상품은 고객에게 그만큼 특별한 가치를 주어야만 구매를 한다. 배송도 오래 소요되며 구매불안요소도 많으며, 기본적으로 국내상품이 위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괜찮아 보이는 상품일지라도 실제 등록해보면 특별한 요소가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안 팔린다.

 

필자는 객단가가 높거나 국내에 전혀 판매되지 않지만 수요가 있는 상품만을 찾아내어 등록하고 있다. 무작위적으로 상품을 무작정 많이 등록하는 방법은 안 된다고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요즘은 대부분의 판매자들이 인기 키워드와 상품 경쟁도 등을 조회하여 등록할 상품을 찾고 있지만, 필자는 이와 같은 방식도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것에 비해서는 마진율이 낮다고 생각된다. 가장 좋은 방식은 몇 가지 핵심상품으로도 많은 마진을 남기며 꾸준하게 팔리는 캐시카우 상품들을 보유하는 것이다. 그런 상품을 찾기는 쉽지 않겠지?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남들이 아직 찾지 못한 정보를 먼저 선점하기 위해 덕후들이 있는 곳을 찾아야 할 것이다.

 

 

해외구매대행업으로 돈 벌려면

밀린 장부정리를 하며 종합소득세 신고를 하면서 다시금 깨달았다. 필자는 구매대행업으로 큰 돈을 벌지 않을 것이다. 당분간은. 나중에 구매대행업으로 정말 돈을 번다면, 현지 인맥을 활용하여 남들이 매입하지 않는 나라의 상품을 직접 보고 발굴하여 독점바잉 및 상품화하고, 마케팅비용을 투자하여 띄우고 싶다. 그것이 진짜 MD의 일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독점'이라는 것은 발품이나 영혼을 팔지 않고서는 쉽게 차지하기 힘든 지위이다.

 

암튼 해외구매대행업에 수반되는 복잡한 장부정리를 생각하면 왠만큼 벌 거 같아선 그냥 직장생활만 하는 게 맘 편하다. 이 시간과 노력과 컴퓨터 메모리가 아깝지 않으려면 마진을 정말 높게 받아야 한다. 중국/미국/영국 상품들도 몇천원~1만원 선의 마진을 남기고 판매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보고 있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최소한 판매건당 2만원대 후반은 받아야 할 만한 짓이겠다는 것이다. 필자의 주력상품은 개당 7만원 이상의 마진이다.. 하지만 개당 7만원 남기고 이걸 판매하는 것보다 크몽에서 서비스업을 판매할 때가 훨씬 더 수월하고 좋았다는 생각이다. 부업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해외구매대행업보다는 크몽이나 카톡플러스친구를 활용한 다른 서비스업을 추천한다. 다음에는 필자가 판매했던 서비스업 관련한 이야기도 해 보겠다.